266마일을 달려 늦은 밤에 도착한 베이커스필드 KOA 캠핑장에서 8일 차 아침을 맞았습니다. 캠핑카를 인수한 이후 제대로 된 식사도, 빨래도, 샤워도 못한 채 달려온 일주일이었습니다. 오늘만큼은 어디도 가지 않고 캠핑장에서 쉬기로 했습니다. 빨래를 하고, 장을 보고, 집밥을 해 먹는 것. 소박하지만 이날이 여행 전체에서 가장 편안했던 하루로 기억에 남습니다.
베이커스필드 KOA — 캠핑장 시설 제대로 써보다
KOA 캠핑장을 이용하면서도 매번 늦게 도착하고 일찍 떠나다 보니 캠핑장 시설을 제대로 이용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날은 2박을 머무는 일정이었던 만큼 처음으로 캠핑장 구석구석을 천천히 돌아봤습니다. 샤워실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드라이 공간과 타일 샤워 부스가 분리된 구조로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었습니다. 장애인용 샤워 부스는 일반 부스보다 공간이 넓어, 아이 셋을 한꺼번에 들여보내 씻기기에 딱 맞았습니다. 캠핑카를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아이들을 제대로 씻길 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같은 건물 안에 헬스장과 세탁실, 세면대까지 갖춰져 있었고, 야외 수영장도 비수기임에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코인 세탁 — 쿼터 동전을 미리 구해두세요
밀린 빨래를 해결하기 위해 캠핑장 내 코인 세탁실을 이용했습니다. 미국 코인 세탁기는 대부분 25센트짜리 쿼터(Quarter) 동전으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생각보다 동전을 잘 쓰지 않는 분위기여서 동전 교환이 쉽지 않았습니다. 월마트 같은 대형 마트에서도 동전 교환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고, 캠핑카를 인수한 이후 일주일 동안 쿼터를 구하지 못해 빨래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베이커스필드 KOA 관리실 매점에서 쿼터 동전 교환이 가능했고, 앞으로 쓸 양까지 넉넉하게 교환해 뒀습니다. 미국 캠핑카 여행 중 코인 세탁을 계획하고 있다면, 쿼터 동전을 교환할 수 있는 곳을 만날 때마다 미리 충분히 바꿔두는 것을 권장합니다. 세탁실에는 바퀴 달린 철제 바구니, 손빨래 세면대, 대기 의자와 TV까지 갖춰져 있어 기다리는 시간이 편했습니다.

월마트 장보기와 캠핑카 주차 — 네 칸이 필요하다
세탁이 돌아가는 동안 인근 월마트로 장을 보러 갔습니다. 미국 월마트는 주차장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캠핑카 매뉴얼에서도 대형 주차장에서는 여러 칸에 걸쳐 주차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저희 캠핑카는 네 칸을 걸쳐야 안정적으로 주차가 가능했습니다. 한국 정서로는 민폐 주차처럼 보일 수 있지만, 미국 대형 마트 주차장은 이런 대형 차량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다만 금요일·토요일 저녁처럼 방문객이 많은 시간대에는 가급적 건물에서 멀리 주차하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일부 월마트는 건물 옆이나 뒤편에 대형 차량 전용 주차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두기도 합니다.

인앤아웃 버거 — 미국 와서 처음 먹은 패스트푸드
장을 마치고 월마트 바로 옆 인앤아웃(IN-N-OUT) 버거에 들렀습니다. 아이들은 햄버거를 먹지 않아 감자튀김과 치킨너겟으로 대신했는데, 인앤아웃의 감자튀김은 기름기 없이 에어프라이어에 튀긴 것처럼 담백해서 아이들도 잘 먹었습니다. 이날은 아내가 직접 주문을 담당했습니다. 여행 전부터 영어 회화를 열심히 준비했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제가 앞장서는 일이 많았고, 부담이 덜한 패스트푸드점부터 직접 해보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케첩을 직접 마음껏 짜 먹을 수 있는 셀프 케첩 스테이션은 케첩을 좋아하는 저에게 미국 패스트푸드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드디어 집밥 — 미역국과 소고기, 아이들이 게눈 감추듯 먹었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저녁은 직접 해먹었습니다. 월마트에서 사 온 식재료로 미역국, 소고기, 사과와 옥수수 샐러드를 차렸습니다. 작은 밥솥으로 몇 번을 더 해가며 아이들을 먼저 먹이고 어른들은 그다음 식사를 했습니다. 캠핑카 안에서 제대로 된 집밥을 차린 것이 이날이 처음이었는데, 아이들이 밥을 그렇게 잘 먹는 것을 처음 봤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동안 몬터레이 아쿠아리움에서 자극받은 건지 니모를 찾아서를 정주행 하기 시작했고, 어른들은 오랜만에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저녁을 즐겼습니다. 캠핑카를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하루를 보낸 날이었고, 내일은 드디어 라스베이거스를 향해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