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서클 여섯 번째 목적지는 모뉴먼트밸리였습니다. 페이지 캠핑장을 철수하고 유타 주로 이동하는 날이었습니다. 미국 서부 여행을 계획하면서 수없이 봐왔던 그 붉은 바위 기둥들, 수십 편의 영화와 광고 속에서 보던 풍경을 드디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이날의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석양 타이밍을 맞추는 것.
모뉴먼트밸리란 — 나바호 부족의 성지
모뉴먼트밸리(Monument Valley)는 유타 주와 애리조나 주 경계에 자리한 나바호 자치국(Navajo Nation) 소유의 부족 공원입니다. 정식 명칭은 모뉴먼트밸리 나바호 부족 공원(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으로, 미국 연방 국립공원이 아닌 나바호 부족이 직접 운영하는 공원입니다. 따라서 America the Beautiful 연간 패스가 적용되지 않으며 입장료를 별도로 납부해야 합니다. 입장료는 성인 1인당 $8이며 만 6세 이하는 무료입니다.
이곳을 상징하는 거대한 붉은 사암 기둥들은 메사(Mesa)와 뷰트(Butte)라고 불립니다. 메사는 꼭대기가 평평한 넓은 바위 지형이고, 뷰트는 메사보다 좁고 가파른 형태입니다. 오랜 세월 침식과 풍화로 주변이 깎여나가고 단단한 사암만 남아 지금의 형태가 됐습니다. 대표적인 랜드마크는 웨스트 미튼 뷰트(West Mitten Butte), 이스트 미튼 뷰트(East Mitten Butte), 머릭 뷰트(Merrick Butte)로, 세 기둥이 나란히 서 있는 풍경이 모뉴먼트밸리의 아이콘입니다.
석양 타이밍 맞추는 법 — 이것이 핵심입니다
모뉴먼트밸리에서 석양을 보려면 해가 지는 시간을 역산해서 도착 시간을 정해야 합니다. 석양빛이 붉은 뷰트들을 물들이는 시간대는 해가 지기 약 1시간 전부터 시작됩니다. 이 시간에 뷰 포인트에 자리를 잡아야 가장 극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나바호 자치국의 시간대입니다. 앞서 앤털로프 캐니언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나바호 자치국은 애리조나 주와 달리 서머타임(DST)을 적용합니다. 여름에는 인근 도시와 시간이 한 시간 차이 날 수 있으므로 방문 시 현지 시간을 스마트폰으로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겨울 방문이라면 서머타임이 적용되지 않아 이 혼란은 없습니다. 일몰 시간은 미국 기상청(weather.gov) 또는 구글 검색창에 'Monument Valley sunset time'을 검색하면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착 목표 시간은 일몰 최소 1시간 전, 여유 있게는 1시간 30분 전을 권장합니다.

주차와 캠핑카 진입 — 대형 차량 주의사항
모뉴먼트밸리 방문자 센터와 뷰 포인트 주차장은 공원 입구에서 가깝습니다. 일반 차량과 RV 전용 주차 공간이 구분되어 있으며, 대형 캠핑카는 RV 구역에 주차해야 합니다. 뷰 포인트까지는 주차장에서 도보로 이동합니다.
공원 내부를 돌아볼 수 있는 밸리 드라이브(Valley Drive)는 비포장 17마일(약 27km) 루프 도로입니다. 일반 승용차는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지만, 대형 캠핑카와 RV는 진입이 권장되지 않습니다. 도로 상태가 험하고 일부 구간은 대형 차량이 방향 전환하기 어려운 구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부를 자세히 둘러보고 싶다면 나바호 가이드가 운전하는 투어 차량을 이용하거나, 별도의 소형 차량이나 지프 투어를 예약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희는 캠핑카로는 밸리 드라이브 진입을 포기하고, 방문자 센터 인근 뷰 포인트에서 석양을 감상하는 방식으로 일정을 운영했습니다.
뷰 포인트에서 석양을 — 그날의 풍경
뷰 포인트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미튼 뷰트들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고, 붉은 사암이 주황빛에서 짙은 적색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같은 풍경인데 10분 간격으로 색이 달라졌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을 잊고 그냥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모뉴먼트밸리는 일출 풍경도 일몰 못지않습니다. 해가 뜨면서 메사들이 실루엣으로 드러나는 장면을 보려면 일출 30분 전에 도착해야 합니다. 일출과 일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서쪽을 등진 뷰 포인트 특성상 미튼 뷰트에 빛이 정면으로 쏟아지는 일출 시간대가 사진 찍기에 더 유리합니다. 석양은 역광이 되기 때문에 실루엣 사진을 원한다면 일몰이 낫고, 뷰트의 붉은 색감을 담고 싶다면 일출을 추천합니다.

모뉴먼트밸리 캠핑장 — 별이 쏟아지던 밤
모뉴먼트밸리에는 공원 내에 더 뷰 캠프그라운드(The View Campground)가 운영됩니다. 뷰 포인트 바로 옆에 위치해 미튼 뷰트를 창밖으로 바라보며 잠들 수 있는 캠핑장입니다. Full Hook-up은 제공되지 않지만, 캠핑카가 진입 가능한 사이트가 있으며 전기 연결은 가능합니다. 나바호 자치국 소유이므로 예약은 공원 공식 홈페이지(monumentvalleynavajotribalpark.org)를 통해 진행합니다.
도심의 빛 공해가 없는 고원 지대라 밤하늘의 별이 그야말로 쏟아졌습니다. 미튼 뷰트의 실루엣 위로 은하수가 펼쳐지는 장면은 사진으로 담기보다 눈으로 담아두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모뉴먼트밸리 캠핑장에서의 밤은 이번 대륙횡단 전체에서 가장 고요하고 인상 깊은 밤 중 하나로 기억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