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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1] 라스베이거스 시내 하루 — 벨라지오 분수쇼, 프리몬트 스트리트, 하이 롤러 야경

by camper jay. 2026. 5. 12.

캠핑카를 캠핑장에 두고 온 가족이 대중교통으로 라스베이거스 시내로 나선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꼬박 하루를 걸어 다닌 이날은, 52일 대륙횡단 전체에서 가장 많이 걷고 가장 많은 것을 본 하루였습니다.

202번 버스로 시내까지 — 캠핑카 없이 떠난 하루

라스베이거스 KOA 캠핑장은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습니다. 캠핑장 정문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도보로 약 10분 거리였고, 202번 버스를 타고 40분가량 이동하면 스트립 중심부인 벨라지오 호텔 맞은편에 도착합니다. 편도 요금은 저렴한 편이며, 스트립 구간 이동은 DEUCE 노선을 추가로 이용하면 됩니다. 2시간권과 24시간권이 있어 하루 종일 이동할 계획이라면 24시간권이 훨씬 합리적입니다. 버스 티켓은 주요 정류장에 설치된 RTC 티켓 발급기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날 아빠 가방에는 여권과 현금, 노트북, 태블릿, 드론, 액션캠, 하루치 생수, 아이들 점퍼까지 들어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그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라스베이거스를 누빈 것이 아빠의 하루였습니다.

링크 프로미네이드와 벨라지오 분수쇼

시내에 도착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링크 프로미네이드(The LINQ Promenade)였습니다. 스트립 중심부에 자리한 야외 쇼핑 거리로, 기라델리 초콜릿 가게, 기념품 샵, 다양한 식당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아침을 거른 채 나온 터라 버질스 리얼 BBQ(Virgil's Real BBQ)에서 바비큐와 감자튀김으로 늦은 아침을 해결했습니다.

링크 프로미네이드 끝에는 라스베이거스의 명물 대관람차 하이 롤러(High Roller)가 있습니다. 이날 밤 야경 탑승을 위해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해 뒀고, 낮에는 주변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이후 벨라지오 호텔 앞 분수쇼 시간에 맞춰 자리를 잡았습니다. 벨라지오 분수쇼(Fountains of Bellagio)는 1998년 호텔 개장과 함께 시작된 라스베이거스 대표 무료 공연입니다. 호텔 앞 34,400㎡ 규모의 인공 호수에서 음악에 맞춰 최고 140m 높이로 솟구치는 분수가 연출되며, 평일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15~30분 간격으로 진행됩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정오부터 시작됩니다. 각 공연은 약 3~5분간 지속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보면 영상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압도적인 규모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벨라지오 분수쇼의 모습

프리몬트 스트리트 — 라스베이거스의 원조

분수쇼를 마친 뒤 DEUCE 버스를 타고 프리몬트 스트리트(Fremont Street)로 이동했습니다. 현재의 화려한 스트립이 개발되기 전 라스베이거스 도박과 엔터테인먼트의 심장부였던 곳으로, 1905년 라스베이거스가 도시로 설립된 이래 가장 오래된 번화가입니다.

현재 프리몬트 스트리트의 가장 큰 볼거리는 1995년 완공된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Fremont Street Experience)입니다. 총길이 약 460m에 달하는 돔 형태의 거대한 LED 캐노피가 거리 전체를 덮고 있으며, 1,250만 개의 LED 조명과 55만 와트 사운드 시스템이 결합된 대형 영상 공연이 매시간 정각마다 약 6분간 무료로 진행됩니다. 거리 끝에는 27m 높이에서 프리몬트 스트리트 위를 가로질러 날아가는 집라인 어트랙션 슬롯질라(Slot Zilla)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무섭다며 고사해 저희는 타지 못했습니다.

거리 곳곳에서 라이브 음악 공연과 버스킹이 이어졌고, 마술쇼를 유독 좋아하는 큰아들 덕분에 마술 공연도 잠시 멈춰 구경했습니다. 이날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풍선 아트를 해주시던 한 여성 공연자였습니다. 아무런 팁도 요구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원하는 모양의 풍선 인형을 만들어 주셨는데, 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공연자들이 가득한 거리에서 그 따뜻한 마음이 온 가족에게 가장 큰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프리몬트 스트리트 LED 캐노피의 모습

하이 롤러 야경 — 라스베이거스를 한눈에

날이 어두워지자 예약해 둔 하이 롤러를 타러 다시 링크 프로미네이드로 돌아왔습니다. 하이 롤러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 대관람차 중 하나로, 지름 약 158m의 원형 구조물이 한 바퀴 도는 데 약 30분이 소요됩니다. 탑승 전 스카이라운지에서 주류와 음료, 팝콘 등 간식을 구매할 수 있으며, 관람차 캐빈 내부는 사방이 유리로 이루어져 360도 야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상공에서 내려다본 라스베이거스 야경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2023년 9월 개장한 스피어(Sphere)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높이 112m, 폭 157m의 구형 건물 외부에 설치된 58만 평방피트 규모의 LED 디스플레이가 쉴 새 없이 화려한 영상을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총 23억 달러가 투입된 이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구형 구조물이자 가장 큰 LED 스크린을 보유한 건축물로, 하이 롤러를 타는 내내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야간 하이 롤러 탑승은 사전 온라인 예약 시 현장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며, 주말과 성수기에는 매진되는 경우가 있어 일정이 확정되면 미리 예약해 두는 것을 권장합니다.

하이 롤러에서 바라본 라스베이거스 야경

밤의 라스베이거스 — 아이들과 서둘러 귀가한 이유

하이 롤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급격히 쌀쌀해져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가방에 챙겨 다닌 아이들 점퍼를 꺼내 입히고 귀가를 서둘렀습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스트립 거리는 낮과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들, 거리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아이들과 계속 돌아다니기에 편한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아이들과 함께라면 저녁 이른 시간까지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것이 현명합니다. 202번 버스를 타고 캠핑장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버스 안에서 이미 반쯤 잠들어 있었습니다. 걷고 또 걷고 또 걸었던 라스베이거스 하루가 그렇게 마무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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