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3일 일정 중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날을 꼽으라면 단연 골든게이트 브리지를 봤던 날입니다. 52일간의 대륙횡단 여행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다웠던 하루였습니다.
골든게이트 브리지 — 안개 없이 만난 날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골든게이트 브리지는 짙은 안개로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로 유명합니다. 샌프란시스코만 특유의 해양성 기후 탓에 오전 시간대에는 안개가 브리지 상단을 가리는 날이 연중 상당수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방문한 날은 달랐습니다. 쨍하게 맑으면서도 덥지 않은, 샌프란시스코다운 완벽한 날씨였습니다. 미국 어학연수 시절부터 샌프란시스코를 여러 번 방문했던 남편이 지금껏 와본 것 중 날씨가 가장 좋은 날이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주황빛 철골 구조물이 파란 하늘과 바다 위에 또렷하게 드러나는 골든게이트 브리지의 모습을 선명하게 담을 수 있었습니다.

골든게이트 브리지 역사와 관람 포인트
골든게이트 브리지는 1937년 완공된 현수교로,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였습니다. 총길이 약 2,737m, 주탑 높이 약 227m로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브리지 남단 방문자 센터(Welcome Center)에는 교량 건설 역사와 구조를 소개하는 전시물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브리지가 어떻게 설계되고 시공됐는지를 모형과 자료로 설명해 두어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역사와 공학적 원리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주차장과도 인접해 있어 관람 시작점으로 삼기 좋습니다.
브리지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로는 남단의 배터리 스펜서(Battery Spencer), 마린 헤드랜즈(Marin Headlands), 그리고 베이커 비치(Baker Beach)가 대표적입니다. 베이커 비치는 브리지 남서쪽 해변에서 브리지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주차는 브리지 남단 공식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베이커 비치 인근 노상 주차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으며, 방문자가 많은 시간대에는 주차 공간 확보가 쉽지 않으므로 오전 일찍 방문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걸어서 또는 자전거로 건너기
골든게이트 브리지는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에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브리지를 걸어서 건너는 데 편도 약 30~40분이 소요되며, 다리 위에서 만 양쪽과 도심 방향을 내려다보는 경관이 일품입니다. 자전거는 브리지 인근 대여소에서 렌트할 수 있으며, 브리지를 건너 소살리토까지 이동한 뒤 페리로 돌아오는 코스가 가장 인기 있는 루트입니다. 저희도 자전거로 건너고 싶었지만 7살, 8살 아이들의 체력을 고려해 결국 버스를 선택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무리하게 자전거나 도보를 고집하기보다 체력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보행자 출입 시간은 동쪽 보도 기준 일출부터 일몰까지이며, 서쪽 보도는 자전거 전용으로 운영됩니다. 다리 위는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경우가 많으므로 얇은 겉옷 하나를 챙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소살리토 — 52일 중 가장 여유로웠던 반나절
골든게이트 브리지 관람 후 버스를 타고 소살리토(Sausalito)로 이동했습니다. 소살리토는 브리지 북단 너머 마린 카운티에 자리한 작은 항구 마을로,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곳입니다.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언덕을 따라 늘어서 있고, 마리나에는 요트와 보트가 가득합니다. 유럽의 소도시 분위기와 닮아 있어 샌프란시스코 도심과는 또 다른 인상을 줍니다.
소살리토에서 먹었던 해산물이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 깊은 식사 중 하나였습니다. 52일간의 대륙횡단 중 캠핑카 안에서 직접 해먹는 날이 대부분이었는데, 소살리토에서의 식사만큼은 진짜 휴가를 온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여행 중 몇 안 되는 럭셔리한 순간이었다고 지금도 기억합니다. 소살리토는 페리를 이용해 샌프란시스코 페리 빌딩으로 돌아오는 방법이 가장 편리하며, 이동 중 만 위에서 바라보는 도심 스카이라인도 놓치기 아까운 풍경입니다.

골든게이트 브리지 방문 전 체크리스트
방문 전 확인해두면 좋은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안개 없이 브리지를 선명하게 보려면 오전보다 오후 시간대가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날씨 앱에서 샌프란시스코 안개 예보를 미리 확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브리지를 차로 통과할 경우 통행료가 부과되며 현금 납부는 불가하고 FasTrak 또는 면허판 기반 자동 청구 방식으로만 결제됩니다. 렌터카나 캠핑카 이용 시 렌트사에 통행료 처리 방식을 사전에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